엄마랑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
엄청 쉬워보일것이다. 엄마야 뭐 내손안에 있지~!!!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제일 사랑하는 엄마랑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몇년 전 처음으로 함께 방콕으로 여행을 떠났다.
당시는 태국여행 자체가 처음이었지만 음식 맛있는건 유명하고 볼거리가 많다고 하길래 맛집만 검색해서 내 평소 여행 패턴대로
(아주 열심히 싸돌아 다니는 스타일) 촘촘한 여행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엄마랑 트러블이 발생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1. 엄마의 식성
- 엄마가 한국음식을 다 잘드신다고 외국가서도 똑같이 잘드실거라고 생각은 하지말자.
우리엄마는 김치와 밥만있으면 될 정도로 어떤 음식이든지 잘 드신다. 그래서 여행준비할때 음식걱정은 전혀 안했다.
하지만 엄마가 김치와 밥만있으면 잘드신다는것은 한편으론 "한국음식"을 잘 드신다는 소리지 "아무 음식이나 잘 드신다"는 뜻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태국은 워낙 음식이 맛있어서 팟타이, 푸팟퐁커리등 잘 드셨지만 길거리 음식 그리고 너무 이국적인 음식들은 엄마는 쉽게 드시질 않았다.
태국에서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홍콩갔을땐 가는데마다 어쩜 그렇게 안드시는지..중화요리 특유의 냄세를 싫어하셔서 그 냄세가 많이 나거나 맛집이라도
너무 지저분한 집. 그런곳들은 엄마는 별로 드시지도 않았고 삼겹살과 김치만 자꾸 찾으셨다.
엄마가 그렇게 음식에 까탈스러우신지 해외에서 처음알았다.
한국음식에 한해서 아무 음식이나 잘 드신다는 거였지 그렇다고 전 세계의 음식을 다 잘드신다는건 아니였다.
엄마는 외국음식이 그게 처음이셨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난 그것도 모르고 맛집이라고 엄청 찾아 다녔다.
그리고 나 너무 한번에 많이 시키고 많이 먹는다고 구박도 받았다.. 그게 제일 서러웠음.
그나마 엄마가 태국에서는 망고를 너무 좋아하셔서 그건 참 다행이었다. 한국에서도 자꾸 망고를 찾으심.
둘이 왔는데 많이 시켰다고 엄마한테 혼난 집.
4개밖에 안시켰는데ㅠㅠㅠ 그와중에 망고주스 드시고 계심.
침대는 눅눅해도 망고는 맛있다.
2. 엄마는 영어를 모르신다.
- "엄마는 영어를 모르신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있었지만 이게 그렇게 크게 여행에서 작용할줄은 몰랐다.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엄마를 쉽게 "아기"로 생각하면 된다. 거기에 우리엄마는 요구사항이 겁나 많은 아기셨다.
"좀 깎아 달라그래~ 이건 왜이런대? 이건 뭐야?? 저건또 뭐야??"
우리 엄마가 이렇게 궁금증이 많으신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태국에서 재미가 붙으셨는지 자꾸 깎으라고ㅎㅎ
나중엔 내가 깎을만큼 깎아서 안깎으려고 하니 웃으면서 한국말로 종업원에게 깎아 달라고..ㅎㅎ
이런 엄마가 귀엽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통역사 역할을 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나중엔 나도 엄마한테 결국 짜증도 내기도하고 싸우기도 하고ㅜㅜ
영어를 하시는 부모님이 계실수도 있지만 우리 엄마는 영어를 전혀 못하신다.
막상 현지에 가면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드려야 하니 이 점은 각오하고 갈것.
3. 몰랐던 엄마의 특성
- 엄마는 엄청나게 깔끔하다!?
뭐 그냥 엄마는 한국에서 청소를 엄청 열심히 하시고 이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태국 여행에 지금처럼 전문가(?)가 아니었을때 태국여행을
바보처럼 비행기+호텔로 신청했다. 싸게했다고 좋아하면서.
하지만 태국은 원래 호텔이 싸고 엄청 좋은 호텔도 타 국가에 비하면 싸기 때문에 왠만한 가격이면 참 좋은 호텔에 묶을수 있는데 이것도 모르고
난 에어텔로 좋다고 예약을 했다. 도착한곳은 말이 호텔이지 그냥 침대 2개있는 아주 작은 방에 뭔가 퀘퀘한 냄세도 나는 곳이었다.
호스텔에서도 잘 자는 나는 별 신경을 안썻는데 엄마는 좀 실망하신것 같았다. 그리고 자꾸 냄세가 난다고 불만을 제기 하셨다.
식당을 갈때도 아무리 맛집이라도 더러운집은 엄청 싫어하시고 계속 호텔에 올때마다 더럽고 습기많다고 침대 축축하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난 방콕에서 3번째날 대성통곡하면서 엄마랑 싸웠다..
왜 내가 다 준비하고 엄마는 아무것도 안하면서 불평만 하냐고..ㅎㅎ
깔끔해서 좋아하셨던 호주의 스테이크 맛집^^
4. 엄마와 나사이에는 20년 이상의 체력차이가 존재한다.
- 나는 보통 여행할때 아침8시에 나가서 저녁 12시까지 관광하고 돌아오는 그야말로 뽕빼는 스타일이다.
지금이야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여행가서는 관광을 하던 쉬던지 간에 그냥 호텔로 왠만하면 돌아오지 않고 계속 밖에 있으려고 한다.
그리고 엄마도 그럴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저만치 걷고있으면 사라져 있고 뒤돌아보면 그나마 헐레벌떡 날 쫒아오고 계셨다.
그렇다. 엄마와 나 사이에는 20년이 넘는 세월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나 힘들까봐 엄마는 힘들다고 말은 안하셨지만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맛사지 받는시간을 제일 좋아하셨고 한번은 태국에서 단체투어에 늦은적도 있다. 엄마는 걸음이 늦고 나는 길을 못찾고.
이렇듯 나처럼 특출나게 체력이 좋고 빡센 여행 스타일을 하는 사람은 엄마의 체력을 고려해서 여유있는 여행을 계획하는게 좋을것 같다.
엄마가 최고로 좋아하는 이층버스.
안걸어도 되고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하면 되는 어머니께 강추 한다. 사실 편해서 나도 좋았다.
우리 엄마는 누구나 인정하는 천사지만 이런 천사같은 엄마랑 여행을 하는게 이렇게 힘든줄 몰랐다.
엄마가 이렇게 편식을 하시는지 태어나서 처음 알았고, 엄마가 이렇게 잠자리를 가리는지, 엄마가 이렇게 깔끔을 떠시는지 정말 이 모든 사실은 해외 여행가서 알게 된 사실이다.
한국에서 여행할때는 그래도 한국이니까 말이 통하니까 먹던 음식이니까 자던 곳이니까 다 익숙하니까 불편함이 있어도 엄마가 늘 그렇듯이
나를 챙겨주고 난 편하게 여행했는데 해외에 나가서는 정말 엄마가 말도 통하지 않으시니 모든걸 나에게 물어보시고 나만 의지하시는데 정말 아기같았다.
그걸 몰랐던 나는 오히려 엄마를 원망하고 엄마앞에서 서운해서 우는 일까지 있었지만 이런 계기를 통해서 엄마도 사람이고 엄마도 싫은게 있고
엄마도 기호와 약점, 엄마도 호불호가 있는 한 사람. 한 여자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참 힘들었지만 그렇게 여행을 가서 엄마를 사람으로써 알게된걸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것도 27년이나 지난 후에 말이다. 참 늦게도 알았지.
태국여행의 우여곡절이 있고나서 엄마와 단둘이 호주에 갔는데 그땐 시드니,멜번에 있으면서 정말 무리해서 시드니에서는 5성급 호텔에도 묶어보고
음식도 고급스럽고 깔끔한데 위주, 그리고 투어도 편하게 앉아서 하는 버스 투어나 여행사를 끼고 최대한 무리없는 일정으로 진행했더니
엄마는 지금도 호주를 제일 좋았었던 여행지로 꼽으신다. 태국은 그래도 팟타이랑 망고가 맛있으셨다면서 말씀하시지만 그게 끝이다.
엄마와의 여행은 쉽지 않다. 혼자하는 여행보다 친구랑 하는 여행보다 배로 힘들다.
하지만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엄마도 사진찍히는거 좋아하고 예쁜 까페 좋아하고 맛집 좋아하고 멋진 외국 남자도 멋있다고 좋아한다는 사실.
정말 엄마도 내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배울수 있기에 난 엄마와의 여행이 참 좋다.
특히 싫으면 싫다고 아주그냥 딱 잘라 말하는 우리 엄마 덕분에 그래도 계속해서 여행을 개선해 나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아마 많은 어머니들은 그래도 딸래미가 고생해서 데려온 여행이니 싫으셔도 좋은척 말 못하시는 분들이 많을것이다.
하지만 우리엄마는 아주그냥 얄짤없이 본인이 원하는것을 다 당당하게 요구하신다.
난 그게 오히려 더 좋은것 같다. 나는 힘들지만 그래도 서로 원하는게 뭔지 알수 있으니까..
앞으로 엄마랑 더 여행할 날이 많을지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매년 1번은 해외로 꼭 모시고 나가고 싶다. 아니면 2년에 한번이라도.
이제 엄마의 특성을 잘 알았고 한국에서는 항상 모든게 내 위주로 돌아가지만 1년에 한번 4일정도는 엄마 위주로 돌아가도 좋지 않을까?
엄마와의 여행은 그 누구와의 여행보다 힘들다. 하지만 그 누구와의 여행보다 보람있고 즐겁고 사랑스럽다.
올해도 꼭!! 엄마손 꼭 잡고 여행가고싶다.. 이젠 나도 늙고 엄마도 늙었으니 올해는 마사지나 받고 즐길수 있는 휴양지로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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