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트래킹 시작!!
트래킹당일 새벽 6시부터 나와서 버스에 올라탔다. 우앙. 단 1박 이지만 준비도 안했는데 잘 할 수 있을까?
나와 매튜는 하루만 자고 오는거라서 음식만 가방에 넣고 가는데 아우 그것도 너무 무거웠다. 그리고 나탈리아랑 피에르는 2박할 텐트까지 들고가서 정말 너무너무너무나 무거워보였다. 도대체 왜 그런짓을 하는거니... 어쨋든 우리의 미션은 해가지기 전까지 부지런히 걸어서 숙박할 장소에 도착하는 것이었다.비수기고 겨울이라서 트래킹장은 문을 닫았지만 그곳에서 텐트를 쳐야했기때문에 정말 부지런히 걸었다.
정말 드넓은 벌판에 갈색 풀들. 그리고 우리 넷. 간간히 우리와 반대로 돌아가는 지구 여행자들. 그렇게 우리는 발을 내디뎠다. 걷다보니 동물도 지나가고 걷다보니 못보던 풀도있고.. 정말 살면서 해보지 못할 경험이다. 거대한 대 자연을 경험해보겠다고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와서 이 고생을 하다니.. 참 인간은 웃긴 동물이다. 그날 바람이 너무세게 부는데 벌판에 아무것도 없으니 바람은 정말 우리에게 다이렉트로 왔고 우리넷은 어기적어기적 걸음을 계속해나갔다. 바람에 그렇게 밀리면서. 걷다보니 항상 나는 꼴찌였다. 외국애들은 체력도 좋구나. 그렇게 걷다가 배가 고파서 싸온 아보카도 소금 그리고 빵으로 샌드위치를 해서 먹기도 하고 다시 또 우리는 계속 걸었다. 걷다보니 너무 아름다워 멈춰서 사진도 찍고 그 중 매튜가 영상쪽 일을해서 사진도 참 많이 찍어줬는데 그때 10키로가 쪄서 사진을 도저히 봐줄수가 없는게 참 아쉽다.
걷는건 정말이지 고통스러웠다. 내가 왜 이고생을 하고있나 싶었고 특히 텐트를 지고 가는 애들은 정말 너무나 힘들어보였다. 우린 그렇게 18키로를 걸어서 택시비로 치면 약 2만원 하는거리를 하루종일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신난우리는 으아~~ 막 뛰어가는데 오호라 숙소 창문이 열려있다. 원래 숙소는 겨울이라 오픈을 안하는걸로 알고있고 춥기도 해서 사람들이 트래킹도 잘 안하는데 숙소가 열려있다니? 창문을 통해 들어가 보니 침대도 있고 식당도 있고 꽤나 훌륭한 숙소였다. 우리는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서 먹으며 당을 충전하고 휴식의 순간을 만끽하고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서 보니 다른방에는 가방이 있길래 아.. 다른사람들도 있나 싶었다.
나중에 어떤 사람들이 와서 우리에게 숙소비를 요구했다. 응?? 우리가 알기로는 숙소가 닫는다고 했는데 왜 우리에게 숙소비를 요구하지? 이거 사기 아니야?? 게다가 숙소비도 매우 비쌌다. 이사람들 괜히 숙소에 침입했는데 우리한테 돈받는거 아니야?? 등등 엄청난 시나리오를 만들던 우리는 결국 계획대로 텐트를 치기로 했다. 왜냐면 가격이 너무 비쌋기 때문이다.
밤이 되어 텐트를 치는데 이때부터 나탈리아의 성격파탄이 시작되었다.. 사실 걸을때도 계속해서 느낄수 있었지만.. 처음 나에게 미소를 보내던 상큼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나에게 텐트를 못친다며 엄청 짜증을 내고 눈치를 주었다. 내가 살다살다 이런 구박은 처음 받아보았다.
처음에 내가 살면서 한번도 트래킹을 해본적이 없다고 한게 화근이었던거 같다. 그냥 농담식반 겸손함 반 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표현의 차이였던것 같다. 못해도 잘한다고 하는 외국애들앞에서 내가 그렇게 말했다는건 정말 못한다는 소리인데 말이다. 나탈리아는 자기가 다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있는거 같은데 나 그래도 텐트는 몇번 쳐봤거든?? 나탈리아는 폴란드에서 p&g에 다니다가 여행하는 삶이 좋아서 여행을 업으로 사는 애였는데 개인 웹사이트도 있고 가끔 모델도 하는데 여행만 힘들게 하다보니 애가 이러나... 정말 살다살다 나에게 이렇게 짜증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어쨋든 나에게 뿐만이 아니고 프랑스 남자에들에게도 계속 신경질을 내고.. 나중에는 분위기가 정말 이상했다. 뭔가 계속 우리에게 주문하고 시키고...
결국 바람이 너무 불어서 프랑스 애들도 텐트치기 포기. 당당하던 나탈리아도 텐트 실패. 결국 옆에서 텐트를 치고 있었던 외국 아저씨들이 우리를 도와줘서 텐트 2개를 치고 좀 쉴 수 있었다. 다같이 가져온 술을 마시면서 그래도 그날밤 회포를 푸는데.. 아 이래서 독주를 가지고 오는구나 싶을 정도로 그날 마신 이름모를 독주가 우리의 근육통을 싹~ 없애 주었다. 입고온 옷 그대로+ 침낭에 내몸을 똘똘말아 싫지만 나탈리아의 체온을 의지하며 그날밤 우리는 기절하듯이 잠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아니 잠들고 몇시간 후, 나와 매튜는 다시 왔던길을 돌아가야 했고 나탈리아와 피에르는 앞으로 4박의 일정이 남았기에 우리는 서둘러서 아침식사를 커피로 간단하게 때우고 작별인사를 했다. 나탈리아는 개인 웹사이트도 알려줬지만 난 다시는 그녀와 연락을 할것같지는 않았다. 왜 어른들이 결혼하기 전에 결혼할 사람과 고생을 해보라고 하는지 알것 같았으므로.
매튜와 함께 돌아오는길이 얼마나 평화롭던지. 분명히 왔던길을 되돌아 오는것 뿐인데 바람이 불지 않아 힘들게 걷지 않아도 되었고 늦게온다고 앞에서 짜증내면서 걷는 사람도 이제는 없고, 그때서야 파타고니아의 아름다움을 여유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 따스한 햇살, 자연만이 존재했다. 정말 여행은 어디냐보다 누구와 하느냐가 중요하다는것을 새삼 느낀 순간이었다.
어쨋든 그렇게 너무나도 평화롭고 행복하게 우리는 다시 18KM를 돌아왔고 도착한 그 순간은 너 무 나 도 행복했다. 흑흑
이곳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호하는 보호구역이라서 정말 아름다웠고 트래킹하다가 가끔 길을 잃거나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트래킹전에 꼭 신상을 적고 들어간다. 나는 다행이도 살아 돌아왔다. 직진으로 쭉걸어갔다가 돌아오는 아주 쉬운 길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같은길이었어도 누구랑 걷느냐 하나로 천지차이였던 나의 토레스델파이네 트래킹.
지금 생각해보면 나탈리아 덕분에 다른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고 트래킹까지 하게되어서 한편으로는 고맙기까지 하다. 그녀는 아직도 어딘가를 계속 여행 하고 있을까? 지금은 사람들에게 짜증내지 않고 착하게 잘 대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때는 무작정 부럽기만 한 그녀의 삶이 지금 왜 그떄 마냥 좋은것만은 아니라고 했었는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트래킹 할 때 친해져서 칠레 북쪽에서 다시만난 매튜. 매튜는 갑자기 프랑스의 패션위크에 참석해야 한다며 마지막에 계획보다 일찍 떠나야 했지만... 뭐라고? 너가왜?? 응 나 모델이야. 라고.. 또 매튜덕분에 만난 다른 프랑스 여자애들과 칠레에서 친해져서 볼리비아까지 같이 여행하게 되었고.. 이렇듯 참 인연은 알수 없는것 같다.
나의 파타고니아 트래킹은 처음 당일치기 여행에서 1박 2일의 고된 트래킹으로 끝이 났지만 사실 지금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기억에 남는 이벤트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그때만난 친구들과는 계속 틈틈히 아직도 연락을 하는것도 참 신기하다. 사실 4박 5일 트래킹을 할 자신은 없는데 순간 순간 저런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잡았던게 내 여행을 한층 더 풍성하고 깊고 넓게 만들어 주었던 계기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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