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부정하는 한 소녀의 갈등, 삶, 가족, 성장이야기


레이디버드는 미국 서부의 세크라멘토라는 작은 도시의 고등학생이다. 

여느 학생이 그렇듯 그녀도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는것 같다. 친구와 남자이야기도 하고 진로에 대해서 고민도 하고 절친과 싸우기도 하고 사춘기소녀라면 있을법한 이야기들. 그래서 보는내내 옜날 내 생각이 나면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친구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그녀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레이디 버드라고 부른다는 것. 크리스틴이라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예쁜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 그녀는 레이디 버드라고 불리길 원한다. 본명으로 부르면 화도냄. 누군가 정해준 이름이 아닌 내가 정한 이름으로 부르길 원하는 그녀를 보면서 참 특이하다 싶다가도 자아가 강한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세크라멘토를 너 무 나 도 떠나고 싶어한다. 그녀가 집근처의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는 엄마의 큰 바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세크라멘토가 싫다. 작은 시골 마을. 그녀는 그곳이 답답하고 뉴욕같은 대 도시에서의 삶을 꿈꾸고 결국 엄마몰래 동부의 학교에 지원서를 넣는다.


그녀는 제법 당당하고 본인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성취해낸다. 거짓말은 좋지 않지만 어쨋든 원하는걸 얻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멋진 모습이다. 연극 오디션에서 첫눈에 반한 남학생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말도걸고 결국 둘은 귀여운 연애를 시작한다. 

너무나 사랑하는 남자친구에게 날 만져도 된다고 말하는 그녀, 그리고 널 너무 사랑해서 소중히 대해주고 싶다는 남자친구. 정말 좋을때다 라고 생각하며 보고있었는데 우연히 남자화장실에 들어가게된 레이디버드는 자기 남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헉) 무진장 충격을 받지만 게이였던 남자친구는 레이디 버드를 찾아가 사과 및 소문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면서 눈물을 보인다. 그런 전 남자친구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따듯하게 안아주는 그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쉽게 다루지 않는 동성애 토픽이라 이런 성장영화에서 보면서 동성애자가 자신이 동성애자인걸 발견했을때 일어날 수 있을 상황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고 왠지모르게 레이디 버드가 전 남친을 위로해주는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는 동부의 한 대학에서 합격자 대기 리스트에 오르고 합격을 하게되어 결국 세크라멘토를 떠나게 된다. 꿈에 그리던 탈출.


그 낯선곳에서 그녀는 그제서야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메세지를 남긴다. 충격적으로 잔소리가 심하신 레이디버드의 어머니는 레이디 버드를 정말 많이 사랑하지시만 표현에 서투시다. 결국 마지막 공항가는길도 끝까지 지켜보시지 않았지만 그녀가 떠난뒤 펑펑 우셨다. 하지만 정말 잔소리가 심하셔서 보는 내내 나도 깜짝깜짝 놀랐다. 우리 엄마가 잔소리를 많이 안하시는구나..깨달음.


그렇게 낯선곳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그녀는 혼자간 바에서 어떤 남자를 만난다. 이름이 뭐냐고 묻는 그녀에게 레이디 버드가 아닌 본명을 말하는 그녀. 그리고 둘은 술을 엄청마시고 눈을 뜬 레이디 버드는 병원에서 혼자 눈을 뜨게 된다. 


레이디버드가 동부를 계속 좋아하게 될지 나는 알수가 없다. 영화가 그곳에서 끝이 났기 때문에 우리는 상상할수밖에 없다. 레이디 버드는 분명 힘든 생활을 하게 될것이다. 아는 사람도 없고, 돈도 없고, 술먹고 술병이 났어도 병원에 기다려 주는 사람하나 없는 곳으로 와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녀는 동부에서 어떻게든 살아갈것이고 적응할것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그리운것들이 많다. 가족, 내 조국, 내 친구들 마을. 하지만 그리움과 원함이 동의어는 아닌것 같다. 그립다고 그것을 원하는것은 아닐수도 있다는 말이다. 가끔 그립지만 그리움에서 그쳐도 아쉽지 않은것들이 있고 그리워도 그리워할때가 더 나은것들도 있다.


그녀도 그렇게 그리움을 간직하면서 잘 적응하지 않을까?


인간은 참 이상하다. 있을때는 소중함을 모르고 없어야 그 소중함을 아는 모두가 아는 이 사실.

있다가 없는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야 그 소중함을 알 수 있으니까. 


브런치에 이 영화에 대한 리뷰가 많아서 비행기안에서 이영화 저영화 돌려 보다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레이디 버드를 골라서 보게 되었는데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고 조용한 영화인것 같으면서도 몰입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드는 참 괜찮았던 영화인것 같다.


항상 비행기에서 보는 영화들은 뭔가 삶에 대해 고찰하게 만드는 영화장르가 많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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